2012 한국타이어 DDGT 1라운드 후기 - 레이스


2012 DDGT 1라운드 참가 리포트

처참했던 연습주행의 기억을 뒤로 하고
또 영암에서의 하루가 밝습니다.
헌데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굉장히 춥고, 흐리고, 습합니다.
결정적으로.. 제 무릎이 살살 아파옵니다.
이런 날은 경험상 반드시 비가 옵니다.
비가 무섭진 않지만 비가 오면 쓸 레인타이어를
가져오지 못한 점이 우려됩니다. 일기예보상 우천 예고가 없었기에
살짝 당황도 했지요.

지난 밤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이 생겨
머릿속이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로 예선에 임합니다.

(앗. 찍고 보니 같은 모델 같은 도색의 팀 메이트 차량이군요 ㅡ,.ㅡa)

아직까지 타이어의 온도를 올리는 것은 큰 숙제입니다.
어제 저녁 차를 타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하여
설명을 많이 들은 탓에 운전하는 방법에 있어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나쁜 습관을 인지하게 되니 역시 약간은
기록이 향상 되네요.

1분 27초 8을 기록, 전날의 연습주행에서
대략 1초가량을 단축하였습니다.
레코드랩이 10랩째에 나온 것은 사실 다른 것보다
타이어 온도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 주행방법 때문입니다.
아직 타이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타이어 관리가 좋은 드라이버들은
짧은 시간 안에 적정 온도에 도달하고
그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며, 또한
마모도 과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타이어 관리에 실패하면 기록도 늦고,
마모는 빠르며, 온도가 오르지 않거나 또는
 반대로 쉽게 과열되기도 합니다.

예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했던 일이 벌어집니다.
무릎이 쑤시더라니... 비도 아니고 세상에
3월 중순 영암에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함박눈입니다.
결국 일부 종목들은 눈 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눈속에서 치뤄지고 있는 TT500경기)

차가운 노면도 부족해서 촉촉히 젖어버린 서킷의 노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끄럽습니다.
차라리 비가 펑펑 쏟아지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죠.
결국 TT와 ST100/200 결승에서는 많은 차량들이 코스이탈이나
충돌사고를 일으키고 리타이어 하게 됩니다.
결승을 기다리는 저도 조마조마하며 혹여 경기가 취소되지나
않을런지 불안에 떨었습니다.


이런 위태위태한 기상조건 중에
드디어 결승 코스인을 앞두고 있습니다.
운 좋게도 때맞춰 날씨가 맑게 개입니다.
하지만 해 떴다가 눈왔다가를 서너 번
반복 한 뒤라 불안감은 계속 됩니다.

이렇게 불안할 때 저는 코스인 전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고 꽤 긴 시간을 보냅니다.
전 쉽게 흥분하는 다혈질이라서 출발 전에 최대한
안정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를 칠 확률이 높습니다.
레이스가 멘탈게임이 심한 편이라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입니다.

(이럴 땐 그리드 워크 때 하느님이 곁에 와도 때에도 차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스탠딩 스타트였지만 무난했고,
본격적인 배틀도 오랫만에 겪어 보는 환경이었지만
무리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터라 확실하지 않을 땐
과격한 경쟁을 최대한 제한하는 주행을 했습니다.
온보드 영상을 살펴보니 너무 안전일로의 주행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좀 더 공격적이 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사고와 지연으로 출발이 지연된 탓에
레이스 후반부엔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달리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스피드, 배틀, 그리고 나와 함께 호흡하는 머신.
남자들이 동경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여기 있으니
다른 생각이 들리가 없습니다.

오랫만에 완벽히 몰입된 달리기,
평상시보다 너무도 짧게 느껴진
25랩을 달리고 체커를 받습니다.
체커기가 뜨는 것이 이렇게 싫었던 떄가 있었나 싶네요.
좀 더, 좀 더 달리고 싶었습니다.

꽤 기분 좋은 경기를 마치고 피트인 하자 "베스트 랩 갱신"
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22번째 랩에서 1분 26초 09를 기록했네요.
최종 순위도 2위 입니다.

하지만 사실 어디가 어떻게 빨라진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했던 만큼의 그립은 10랩 가까이 탄 이후에 발휘되었고,
아리바리 대강대강 숭구리당당으로 탄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도 기록이 단축 된 것을 보면
슬릭타이어가 좋긴 좋은가 봅니다.

사실 이번 경기에 제 기록단축의 1등공신은
팀에서 겨우내 공들여 만들어 준 단단해진 차량과 감독님의 지도였습니다.
이번 경기는 특히나 생각할 것도 많아지고 배울 것도 많았는데,
이렇게 고민에 빠질 때 마다 김상범 교수님의 조언이
항상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감각적인 부분에서부터 테크니컬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랩의 주행을 꼼꼼히 살펴 주신 덕에
생각보다 쉽게 슬릭타이어로의 적응이
이루어 질 수 있었지요.

덕분에 시즌 첫 경기 최고 클래스인 GT500에서
포디움에 오르는 영광도 맛보았습니다.

맨 좌측과 우측에 각각 Team Omega의 윤건, 2위, (접니다)
Team Omega의 유덕무 선수3위.
가운데 마이스터쉐프트의 박형일 선수(1위),

악천후와 추운 날씨로 고생이 많았으나,
거꾸로 이런 환경이었기에 얻어오는 것이 매우 많았던 경기였습니다.
매 경기마다 배울 것, 공부 할 것이 늘어나 너무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는 노령으로 폐기까지 고려했던,
제 애마가 가지고 있는 큰 포텐셜의 발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정엔진에 나이가 20년이나 된 제 머신도
제가 발전하면 충분히 빠를 수 있는 "좋은 차"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좋은 계기였습니다.
하중을 받는 하체의 거의 모든 부품은
수명이 다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탈 수 있을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 당분간은 "차가 느려서 그래"
따위의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 간사한 인간이라, 2라운드에 우주선들이
GT500에 대거 참전하면 어떻게 말이 바뀔지
저도 알지 못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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